Friday, October 9, 2015

계산과학의 역사 1 (그리스인들의 의심,Greek suspicion)


이번 학기(2015년 2학기) 계산과학의 기초와 역사라는 과목을 처음으로 개설하여 가르치고 있다. 수학의 역사를 뒤돌아보니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다. 그 중에 하나가 그리스 사람들이 가졌던 일종의 편견이었다. 이 편견 때문에 1600년대에 데카르트(Descartes)에 이르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숫자(number)와 도형(geometry)를 별개로 생각하였다. 참고로 데카르트가 좌표라는 개념을 도입한 후에야 사람들이 숫자가 곧 도형의 길이나 크기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스 사람들은 모든 것을 기하학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a^2+b^2=c^2이라는 숫자의 개념이 아니라 직각이라는 각도를 만들려면 삼각형 변의 길이가 3:4:5라는 비율이 되어야 한다는 기하학적 관점에서 이해했다. 특히 그들은 무한의 개념을 아주 싫어했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이 무한대로 간다던가 어떤 값이 무한히 0에 수렴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그리스인들은 무한이라는 것이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언가의 착오와 착각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숫자도 자연수와 정수만을 인정했다. 나눗셈을 하면 딱 떨어지지 않는데 유리수(rational number)의 경우 두 숫자의 나눔(예를 들어, 3.333...은 10/3)으로 표현할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유리수의 존재와 지위는 인정하였다.

문제는 무리수(irrational number)였다. 그들은 곧 논란에 휩싸였다. 알다시피 두 변의 길이가 1인 직각삼각형의 경우 나머지변의 길이가 피타고라스 정리에 의해 2의 제곱근(square root of 2)이다. 또 2의 제곱근은 무한히 간다.   sqrt(2)=1.4142135623...

 

그들은 '어떻게 위의 그림처럼 눈으로 볼 때 이미 정해진 길이(segment)가 계속 무한히 갈 수 있겠는가'라고 의심했다. 그러니까 도형상으로는 고정되어 있는데 그것이 숫자로 표현하고자 할 때 무한히 간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그리스의 수학은 정말 찬란하고 여러가지 좋은 지적 유산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놈의 숫자와 도형에 관한 논란 때문에 더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무한에 대한 논란은 뉴턴이 미분방정식을 통해 자연을 설명하면서 종결되었다. 미분방정식의 핵심 개념이 무한(infinite/infinitesimal)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오늘날 반복적인 학습의 결과로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수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아직도 이 문제는 결론이 난 게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그리스인들의 생각이 정말 얼토당토한 게 아닌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우리는 무한히 큰 것(infinite)과 무한히 작은 것(infinitesimal)한 것을 이해하는지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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