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9, 2015

과학자와 변호사의 차이 (Difference between Scientist and Lawyer)

학생들에게 가끔 과학자와 변호사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한 학생이 수입(income)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ㅠㅠ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답은 아니다.

과학자와 변호사 모두 이성과 논리를 정연하게 펼쳐야 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공부도 많이 해야 되고 책도 많이 읽어야 한다. 그런데 과학자는 답에 연연하지 않는다. 반면 변호사는 답을 바꿀 수가 없다. 과학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 가장 개연한 것(probable)을 선택하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그 다음 단계에서 개연한 것을 선택해 궁극적으로 결론에 이른다. 하지만 변호사는 이러한 과정보다 먼저 답을 정하고 그 답을 맞추기 위해 거꾸로 여러 가지 가능성 중에 자기한테 유리한 것을 골라 끼워맞춘다. 쉽게 이야기해 나에게 변호를 부탁한 client가 설령 잘못했다는 것을 알더라도 그렇다고 인정할 수 없듯이.

지금 나타난 사실만을 바탕으로 추론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가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찌보면 과학자들은 답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또 새로운 사실이 나타나면 과학자들은 답을 바꾸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어떠한 주장이라기 보다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어 옳은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의 본질은 그래서 관측과 실험이다. 결론과 해석이 아니고 새로운 데이터와 정보를 추가함으로써 누가 보더라도 합당한 결론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반면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나도 그래서 다른 과학자의 논문을 볼때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자료를 썼는가를 들여다보게 된다.

다시 말해 과학자는 무엇을 많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 과학자는 왜 우리는 그것을 안다고 생각하는가? 를 아는 사람이다. 어떤 실험과 관측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요즘 소통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진정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을 비우자고 해 놓고 상대편이 비우는 순간 내 생각을 채우려고 한다면 소통이 가능하겠는가? 비근한 예로 여야 대표가 만나 대화를 하자면서 당신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고 말하고 자기쪽 주장을 바꾼 적이 있던가? 또 어릴적 부모와 대화하면 늘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지 않던가?

어떤 새롭고 객관적인 사실 앞에도 절대 바꿀 수 없는 관점을 소위 dogma라고 한다. 종교적 주장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과학적인 접근만이 능사가 아니다. 인간의 본성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때로는 dogma도 필요하다. 하지만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는 최소한 우리가 과학자처럼 행동해야 된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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